
최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쥐 출몰이 급증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 폭우, 재개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도시 쥐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뉴욕, 워싱턴DC, 도쿄 등 글로벌 대도시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다. 정부와 개인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쥐가 전파하는 감염병과 실질적인 예방법을 알아보자.
요즘 서울 곳곳에서 쥐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강남역이나 광화문 같은 번화가는 물론이고 아파트 단지에서도 쥐가 나타나고 있어요. 2020년 1279건이던 쥐 출몰 민원이 2024년에는 2181건으로 늘었고, 2025년 7월까지만 해도 이미 1555건이 접수 됐습니다. 도시 쥐 급증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일상의 문제가 된 거죠.
그런데 이게 서울만의 문제일까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일본, 네델란드 등 16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 워싱턴 DC 등 11개 도시에서 지난 10여 년간 쥐 개체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와 도시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생태적 지표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1. 전 세계 도시에서 쥐가 늘어나는 이유
도시 쥐 급증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미국 워싱턴DC로 증가율이 무려 390%에 달했고, 샌프란시스코 300%, 캐나다 토론토 186%, 뉴욕 162% 등 주요 대도시에서 쥐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뉴욕시에는 지난 10년 동안 약 100만 마리가 증가하면서 현재 3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기후 온난화입니다. 국립생태원 우동걸 선임연구원은 기후 온난화로 추위에 약한 쥐들의 생존율이 올라가고 도심 내 음식물쓰레기가 관리되지 않아 먹이 조건이 개선됐다고 설명했어요.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철 폐사율이 낮아지고 번식 주기가 빨라졌으며, 추운 지역에서도 쥐가 생존할 수 있게 되어 서식지도 넓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경우 추가적인 요인들이 있어요. 올해 폭염으로 인한 도시 열섬 효과로 하수도 내 온도가 상승하면서 쥐들이 지상으로 이동했고, 폭우로 하수도가 침수되고 먹이가 유실되면서 쥐들의 지상 활동이 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재개발과 재건축도 한몫했어요. 재개발, 재건축이 많아지면서 소음과 진동 때문에 쥐들의 생식이 원활하지 않아 배회하게 된다는 거죠.
흥미로운 점은 길고양이가 쥐 사냥을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사료에 길든 길고양이는 쥐를 잘 사냥하지 않는다 고 하네요. 쥐의 천적이 사라진 도시 환경이 쥐들에게는 천국이 된 셈입니다.
2. 쥐가 가져오는 건강 위협
도시 쥐 급증이 문제인 건 단순히 불쾌해서만이 아닙니다. 쥐는 법정 3급 감염병인 신증후군출혈열과 렙토스피라증 등을 전파하며, 쥐 분변 속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나 점막 등으로 침투해 고열 등 증상을 일으킨다고 해요.
신증후군출혈열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의 분변, 오줌, 타액 등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공중에 떠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며 발열, 출혈, 소변량 감소,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을 일으킵니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물, 토양, 음식물에 노출 시 상처 난 부위를 통해 전파되며 발열, 충혈, 오한, 근육통, 두통을 유발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쥐는 1년에 최대 70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출생 후 2개월만에 다시 번식이 가능하고, 전선을 갉아 화재를 유발하고 식품을 오염시켜 위생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문제죠.
3.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방안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도시 쥐 급증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IoT 스마트 장비를 설치하는데, 약제로 유인된 쥐가 장비 안으로 들어가면 자동 셔터가 작동하고 무게가 감지되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며 쥐가 포획되면 경보가 발령 되는 시스템이에요.
강남구는 올해 쥐가 자주 목격되는 전통시장 부근과 하수구 주변, 아파트 음식물쓰레기 수거장 등에 스마트 트랩 50대를 설치했고, 관악구는 쥐 출몰 지역에 스마트 쥐덫 47대를 놓았으며 주·야간 순환청소로 주 먹이원인 음식물쓰레기를 아예 남기지 않겠다는 계획 을 세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해요. 서울시는 최근 5년간 1000여㎞의 노후 하수관로를 정비했고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하수관로 2000㎞를 준설하며, 빗물받이 70만개소를 청소하고 노후 관로 53㎞를 정비할 계획이고, 2030년까지 매년 노후 하수도 정비 물량을 기존 100㎞에서 200㎞ 규모로 늘린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쓰레기 방치 NO, 음식물 밀폐 YES!'를 슬로건으로 한 홍보도 진행하며, 시 누리집과 SNS 등을 통해 설치류 습성, 감염병 예방법 등을 알린다고 하네요.
4.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질적 예방법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실천도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건 음식물 관리예요. 음식물 쓰레기는 뚜껑 있는 용기에 보관하고 자주 비우며, 음식은 뚜껑을 지닌 금속 또는 유리 용기에 보관해야 합니다. 실외의 쓰레기 봉투는 딱 맞는 뚜껑이 있는 금속 쓰레기통에 넣어서 쥐들이 내용물을 먹지 못하도록 하고, 애완동물 사료와 새 모이 조각을 청소하며 애완동물 사료를 밀폐용기에 보관하세요.
두 번째는 집 주변 환경 정리입니다. 건물 주변, 특히 노후건물 밀집지 주변의 박스, 신문,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집주변 풀, 쓰레기, 나무더미를 치워야 한다고 해요. 쥐들이 숨을 곳을 없애는 거죠.
세 번째는 침입 경로 차단이에요. 문틈, 환기구, 배관 입구 등 6~12mm 이상 되는 틈을 강철솜(철수세미), 철판, 실리콘, 우레탄 폼 등으로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쥐는 작은 틈으로도 들어올 수 있으니 꼼꼼하게 체크해야 해요.
네 번째는 정원 관리입니다. 정원에 쓰레기가 없도록 하고, 만약 퇴비 더미가 있는 경우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포함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유기 음식물 찌꺼기에 쥐들이 몰려들 수 있다고 하네요.
만약 쥐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공구역에서 쥐를 발견했을 때는 직접 잡거나 만지지 말고 120 다산콜센터 또는 관할 자치구 보건소로 신고해야 합니다. 쥐는 질병을 옮길 수 있으니 절대 맨손으로 만지면 안 돼요.
결론
도시 쥐 급증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뉴욕, 워싱턴DC,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입니다. 기후 온난화, 폭우, 재개발, 음식물쓰레기 관리 부실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어요.
정부와 지자체는 IoT 스마트 방제 시스템 도입, 하수관로 정비, 음식물쓰레기 관리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도 매우 중요해요. 음식물을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쓰레기를 방치하지 않으며, 집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침입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쥐는 신증후군출혈열, 렙토스피라증 같은 심각한 감염병을 옮길 수 있습니다. 개인 위생과 환경 관리에 신경 쓰고, 쥐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작은 실천이 모여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어요.